일기는 일기장에

보고 있을지 어떨지조차 모를 글을 써야만 하는 심정이란

YURIM LEE 2025. 4. 24. 07:45
언젠가 썼던 글

벌써 올해도 4월의 끝자락
싫은 날이야 잔뜩 있지만 이맘때는 유독 더 그렇다

차라리 자각조차 못하고
없는 것처럼 넘어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

생각나는 사람이 많은데
그중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없는 지금의 상실감

어디부터, 또 어디까지가 내 잘못인지…
그리고 나는 그 속죄를 어떻게 해내야 하는지

어려워

글을 쓰던 중 지원했던 알바 연락을 받았다
일일 단기지만…

지금의 나는 이런 것 정도밖에는 할 수 없는 걸까
그래도 해야지…
그것밖에 안 되면 그거라도 해야지

최근엔 계속 이런 식이야
간단한 것조차 할 수 없게 된 일들이 많다

나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던 거야

이 나이 먹도록 밥솥으로 밥 짓는 것조차 할 줄 몰랐다. 근데 또 사람이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오니까 하게 되더라. 요리라고는 레토르트며 통조림에 프라이가 전부지만, 그래도 한 끼 밥상 정도는 남에게 차려줄 수 있게 됐다.

친구를 집으로 불러 함께 밥을 먹었다
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

지금까지 있었던 일들…
그리고 조만간 일어나게 될 일들에 대해서

내 나름의 상담을 청했던 셈인데
이렇다 할 답을 듣진 못했던 것 같다

돌이켜보면 녀석도 알고 있던 거겠지
결국 끝에 가서는 다 내 맘대로 할 거라고

늘 그랬던 기억만 나서 또 죄스러워졌다

가만히 누워 '믿음'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 본다
나는 내 믿음이 배신당했다 여길 수도 있었지만
실은 그렇지 않다

저 자신부터가 악이었으면서
그들이 내게 다정하길 바라며 믿었던 것은
오만이란 말조차 과분할 무언가였겠지

줄곧 그렇게만 살았던 듯하다. 지난해는…

문득 생각이 나서 그 책을 다시 꺼냈다
넌 어디까지 읽었을까

이미 다 읽은 후일까
어쩌면 아직 손도 채 대기 전이려나

어느 쪽이라도 상관은 없지만

난 확실히 다시는 전과 같이
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

그래도, 그럼에도 보고 싶다

널 위한 말이 무엇일지 모르겠는 나라서
결국 또 이기적인 내 마음으로 억지를 부린다

지난 몇 년을 그랬듯이, 아직도

적어도, 네가 여전히
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라도 남겨서
그것에나마 위로받기를 바라며

이젠 다 잃어도 좋으니
적어도 지나온 날들이 부정당하지마는 않기를

다만 그것만 바라며 남은 숨을 내쉬고